이것은 재앙의 알파와 오메가



업로드 일자 : 2025. 4. 11

“이제 세상의 포유 동물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알파와 베타, 그리고 오메가로요.”

“나 그거 알아요. 야망가 같은 데서 나오는 소잰데?”

“알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높은 확률로 그게 맞을 겁니다.”

우주선에서 외계인…이 아니라, 악마들의 섬에서 그들의 장군이 내려와 웬 뜬금없는 선언을 시작한다. 찬성은 누구보다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 지지 않을 만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파와 오메가? 그게 무슨 부류라고? 그게 뭔지도 모르겠는데 타니아는 야한 만화에서 본 소재라며 아는 척을 한다. 찬성이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아는 척을 장군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게 그 뭐냐, 트루먼 쇼 같은 건가? 이제 문을 열고 나가 시청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면 되는 건가? 아니, 아직 이르다, 정찬성. 이건 단순한 세대 차이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 찬성과 타니아는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공유하지 못한다. 장군은, 나이를 물은 적은 없어도 찬성보다는 타니아와 더 차이가 적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거지. 20대와 그 언저리가 공유하는 무언가. 그런데 그런 걸 굳이 전부 모인 가운데 발표하듯 말해줄 이유가 있을까. 찬성은 제 옆에 앉아 커피잔을 문지르는 와이프, 비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라고 시선으로 물어보려는데 비타의 시선은 그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푸른 눈은 흔들림 없이 장군을 향해 맑게 뜨인 채다. 당신, 이걸 알아 듣는 거야? 찬성의 다급하고 고요한 속삭임은 거의 동시에 시작된 질문에 묻힌다.

“그건 성별(sex)인가요?”

“스펙트럼은 현저히 좁습니다만 기존의 개념으로 보았을 때 가장 유사합니다.”

“오직 말씀하신 세 종류만으로 모든 포유 동물을 정의할 수 있나요?”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변화로 포유 동물이 겪을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죠?”

“대표적으로 출산의 주체가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알파 오메가 소리를 하면서 갑자기 성별이니 출산 같은 얘기가 왜 나오는 걸까. 찬성의 의아함은 장군만이 아닌 제 와이프에게로도 번지기 시작했다. 너 정말 이걸 이해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려는데 아는 척을 하던 타니아가 이브의 팔을 두드리며 지방 방송을 켠다. “어떡해, 그거 맞나봐.”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남들은 전부 하나둘씩 퍼즐이 완성되고 있다는 표정인데 찬성 혼자만이 얼이 나가 있다. 타니아에게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는 이브도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장군을 노려본다. 젠장, 큰일났다. 이제껏 같은 군인 출신(물론 찬성은 육군 병장 출신이고 이브는 미군 하사 출신이지만)이라며 묘하게 엘리트(물론 찬성은 고등학교 졸업이고 이브는 사관학교 졸업이지만) 동지 의식을 갖고 있던 이브가 자길 앞질러 나아가고 있었다. 나름 시사 관련으로 많이 주워보고 있다 생각했는데 배움이 짧았다. 공부 열심히 할 걸! 그런데 또 얘길 들어보니 타니아는 포르노에서 지식을 얻었다고 하니까 또 기분이 묘해진다. 그래, 인정하자. 이것은 자신의 무지가 맞았다. 찬성은 크게 결심하고 자신의 부끄러움을 이겨내기로 했다. 그는 목소리를 내어 장군을 부르려고 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단 한 마디도 못 알아듣겠다. 그 말을 꺼내려는데 동시에 이브의 입술도 움직인다. 잠깐, 내 하찮은 질문보다 저 입에서 나올 말이 더 중요하면 어떡하지? 잠시 찬성의 성대가 주춤한다.

그러나 저 멀리 가장 바깥 자리에서 시큰둥하게 턱을 괴고 있던 비렛은 달랐다. 녀석은 이브가 동시에 입을 열든 말든 주저없이 제 생각을 뱉어냈다. 저 놈은 그런 놈이니까. 모르는 데 부끄러움도 없고 상대방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기도 잘 했으니까. 찬성이 망설이는 동안, 이브와 비렛은 동시에 말을 꺼냈다.

“뭐라는 거야, 알아 처먹게 좀 말 해.”

그리고 놀랍게도 두 사람은 마치 한 목소리처럼 같은 말을 내뱉었다. 가라앉던 찬성의 희망이 빛을 본 듯 했다. 나만 모르는 게 아니었어! 심지어 이브도 자신과 같은 걸 모르고 있었다. 다른 또 한 명의 동료가 비렛인 건,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

장군은 톤도 철자도 똑같은 둘의 말을 듣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당신이 모를 줄이야, 라고 하는 순간 시선은 비렛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곤 섬에서 이쪽으로 넘어올 때마다 하는 의식-그러니까 오른쪽 눈을 덮은 검은 안대를 습윤 밴드로 대신하는 것-으로 가려진 얼굴의 흉터를 손끝으로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자세히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그 말에 비렛은 다시 투덜거리며 불평을 던졌다.

“대충 말해.”

“뭐… 그럴까요. 프로젝트 알오버스의 범위 조절 실패 및 폭주입니다. 이상입니다.”

“미안. 무시하고 자세히 말해줘.”

“제가 사령관으로 있는 곳은 동성혼이 특별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 불평을 이브가 잘 막아주었다. 만, 이건 또 터무니없이 긴 얘기가 될 모양이다.

사실 이제까지 큰 불편을 느끼진 않았습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동성간의 출산은 불가능하며 육아와 후손이 필요하다면 그렇지 않은 자(라고 생각되어지는)에게서 아이를 데려와 빈 자리를 채웠습니다. 폐하께서도 크게 고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지만, 그 분께선 이미 이성의 배우자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들의 아들, 왕자 저하께선 생각이 좀 다르셨습니다. 천 년을 고통 속에 산 저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느냐고. 서로를 꼭 빼닮은 자녀에게 둘러싸여 포근한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수많은 부부의 외침을 무시할 셈이냐고.

「우린 출생률도 괜찮은데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머니, 권리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부부는 아이를 가질 수 있고!」

「정말 하고 싶은 게 뭔데?」

「당신 막내딸이 요즘 백작가 딸래미들이랑 노는데 쟤랑 나랑 애가 없어봐.」

그리하여 폐하께선 큰 고민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셨지요.

「그걸 내가 생각해야 하니?」

결국 왕자 저하의 단독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공주 저하께선 소문대로 문란하게 행동하지도 않으셨기 때문에 분명 왕자 저하의 깊은 꿍꿍이가 있었겠지요. 불임 부부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데엔 썩 나쁜 뜻은 없었던 것 같았기 때문에 저도 도울 수 있는 건 도왔습니다. 실제로 연구가 끝났다며 실험 대상으로 부른 부부는 공주 저하도 아니었고 그냥 자기와 친한 친구 부부였다는 건 폐하껜 비밀로 하기로 했고요. 어쨌든, 그놈, 아니, 저하께선 부부에게 축복을 내리겠다며 통칭 ‘프로젝트 알오버스’를 시행했죠.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까 웹 컨텐츠 플랫폼들을 보여주는데 리D니 봄T이니 수억은 쏟아부었더라고요. 국정은 돌보지도 않고 놀고나 자빠져 있는데… 어쨌든. 그래서 동성의 부부를 한쪽은 알파, 한쪽은 오메가로 설정해 서로가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게 하겠노라고 했으나.

했으나? 잔뜩 몰입한 타니아가 물었고, 장군은 우아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부부를 넘어 지구의 모든 포유동물이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알파는 기존의 수컷과 같으며 오메가는 기존의 암컷과…….”

“아니, 아니아니, 그러니까 그 포유동물의 생식 기준을 바꿀 수 있는 걸 어떻게 한 건데?”

“그건, 기밀입니다.”

“당신은 윙크 할 필요도 없잖아. 흉내를 내려면 제대로 비밀이라고 하든가.”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어쨌든 기밀이기 때문에 그건 말씀드릴 수 없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 멍청한 고용주의 만행을 일부에게나마 알리는 것입니다.”

모 마족과는 다르게 눈을 감은 환한 미소와 함께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리던 장군은 긴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정말 치열한 이야기였어. 20대의 타니아는 감동했고 30대의 이브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세대차이가 도래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찬성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여기 어느 부분이 세대차이같은 간단한 단어로 정의될 수 있느냐고.

전 하사 이브는 현 장군 비루에게 찬성과 같은 마음으로 신나게 대들었으나 결국 ‘어쨌든 그렇게 되었다’의 무한 반복에 결국 항의를 그만두었다. 그쪽이 그렇다면 뭐 그런 거겠지. 한참의 입씨름이 끝나고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찬성은 알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모를까 모르는 사람은 아직 얻지 못한 답이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귄트가 슬며시 손을 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어, 하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였다. 죽어도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아서 소심하게 딱 귀 옆 정도까지만 주먹 쥔 손을 들었던 것일 텐데 의도와는 다르게 열에 가까운 사람이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귀며 목덜미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귄트는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질문을 꺼냈다.

“알파가 남성이고 오메가가 여성이라면, 베타는 간성인가요?”

심지어 그 와중에 장군의 거친 암수 워딩을 여성과 남성으로 고쳐 말해주기까지 했다. 그에 다시 시선들이 장군을 향했고, 장군은 찻잔을 내려놓은 뒤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몸을 앞으로 기울이기까지 했다.

“여기서부터가 정말 말씀드려야 할 부분입니다.”

“그럼 빨리 말해줬어야지.” 비렛이 또 투덜거렸다. 이번엔 모두의 마음도 비슷했기에 딱히 제재를 가하진 않았다.

“자세히 말씀드려야 했기에.”

“프롤로그는 필요 없고 본문부터 보자고.”

“어려운 단어도 아시네요. 그러나 책임 소재는 묻고 시작해야죠.”

그 또한 맞는 말이다. 비렛도 여기엔 동의하는지 금세 조용해졌다.

“알고 계시듯이 알파란, 체내에서 정자를 생산하고 이를 체외로 배출할 수 있는 부류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오메가란, 체내에서 난자를 생산하고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정자와 수정하여 태아를 기를 수 있는 부류를 가리키지요. 이는 기존에 정자를 생산했는가 난자를 생산했는가와는 상관 없이 가지게 되는 성질입니다.”

“그러니까 야마다 아저씨가 이제 쓸 일 없으니 애를 품어야겠다 싶으면 오메가라는 거지?”

“필요성은 관계 없습니다. 알파 또는 오메가의 발현은 기존의 성별이나 정체성, 연령을 무시하고 벌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저씨, 미안.”

“누가 비렛 좀 밖에 버리다 오면 안 돼?”

“그리고 베타는 이 발현을 겪지 않는 이들로 한정합니다. 즉 크리스, 아니… 그놈, 아니… 왕자 저하의 만행에 얽히지 않아도 되었다는 말입니다. 사실 다행히도 포유 동물의 70% 이상이 이 경우에 속합니다.”

비렛의 쓸데 없는 비유에 그 착한 야마다씨마저 결국 진심을 고백했고, 그 소란스러운 와중에 장군은 설명을 마무리했다. 70% 이상이 해당 사항이 없다면 굳이 이렇게 얘기하러 와 주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었나. 그럼 딱히 문제 없는 게 아니냐며 물어보려는데 그 순간 장군의 표정이 좀 어두워진다. 앞으로 기울인 몸 때문에 그림자가 진 탓만은 아니었다. 그는 깍지 낀 양손을 콧등 위로 올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굳이 알파와 오메가, 그리고 베타를 나눈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그 말에, 타니아가 테이블을 때리며 크게 외쳤다.

“사이클!”

“그렇습니다. 베타로 선택받지 못한 알파와 오메가에게는 ‘발정기’라는 무자비한 기간이 찾아옵니다.”

이 순간, 모두가 숨을 죽였음을 눈치 채지 못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팽팽한 긴장의 시간이 찾아왔다. 모 아니면 도, 알파나 오메가냐 아니면 베타냐, 그들에겐 오직 이 뿐만이 관심의 중심이었다. 알파고 오메가는 상관 없었다. 낳을 생각도 없는 아이보다는 자신의 인간다운 삶이 훨씬 중요했다.

“둘 중 하나야. 사회인 체면을 지키느냐 주기적으로 인간 실격 짐승 합격을 외치느냐.”

“비렛은 상관 없지 않아요?”

“무슨 소리야, 나처럼 욕구를 조절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하기 싫어도 하자면 하는 사람이 나야.”

“진짜 상관 없을 것 같은데.”

“자, 여러분, 지금부터 중요합니다. 단 한 방울의 피로 알 수 있습니다. 키트의 색이 파란색이면 알파, 노란색이면 오메가, 초록색이면 베타입니다.”

“보통 빨강 파랑 보라 아니야?”

“요즘 예민한 시기라 빨강은 좀 그래서요. 저희 쪽에서도 부정적인 색이기도 하고.”

“저 양반 기득권층이라고 하는 말 봐라.”

손가락만한 키트에 그들은 손끝에서 뽑은 피를 한두 방울 씩 떨어뜨렸다. 그런데 왜 베타가 초록색이지? 결과를 기다리면서 타니아가 물었고 그건, 2호기가 가장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장군이 대답했다. 저 새끼 빨강 존나 좋아하는데, 라는 비렛의 중얼거림은 결과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겨우 무시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 초면 지나갈 시간을 수억 시간처럼 버텼고,

“베타다!”

“초록색!”

“난 노랑, 아, 초록이다!”

하나둘 씩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초록빛의 싱그러운 결과를 얻게 된 타니아와 야마다, 그리고 다비드는 서로를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래, 70%가 베타라는데 설마 우리 중에서 알파오메가가 나오겠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누가 한대. 마음 놓인 이들의 속 모르는 수다에 차례로 귄트가 합류했고, 이어 찬성도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인간 합격!” 그 외침이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용한 셋을 향해 장군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만큼 시간이 흘렀으면 색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 통보에 이브가 무릎을 꿇었다.

“제엔자앙! 알파라니! 미모의 미 육군 출신 엘리트 가드 금발 긴머부 설정에 알파까지 더하게 되다니! 이런 설정 과다는 어느 플랫폼에서도 안 사!”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내 넘쳐나는 재능이 무섭다는 거야.”

찬성은, 아까도 말했듯이 이브를 우수한 동료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이런 순간을 맞이하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그는 이브를 달래주는 베타 타니아의 모습을 잘 관찰했다. 괜찮아, 인간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오면 내가 도와줄게. 다른 오메가 데려오면 어떡하냐고? 예쁜 애로 데려와서 같이 놀면 되지.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잘만 내뱉는다. 이를 관찰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여전히 키트를 노려보는 제 와이프, 비타 때문이었다.

이브에 이어 비타도 천천히 키트를 보느라 숙인 고개를 들었다. 아, 하는 탄식이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온다. 어느 쪽일까, 알파? 오메가? 찬성의 시간이 다시금 멈췄고 비타가 친구들에게 보여준 키트는, 선명한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나도 알파야. 어떡하지, 찬성씨?”

어떡하긴, 인간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 옆에 내가 있어줄게.

미모의 호텔리어 출신 금발 알파라니 어느 플랫폼에서도 사 주지 않을 설정 과다잖아.

예쁜 오메가랑 셋이 같이 놀자.

젠장, 어떤 말을 꺼내야 하지? 모르겠다. 찬성은 앉은 채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비타를 말없이 꼭 끌어안아주었다. 괜찮아, 자기야. 어차피 우린 애 계획 없었으니까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지. 그렇게 전혀 위로 같지 않지만 지극히 자신이 할 법한 말이 조곤조곤 흘러나왔다. 그런 자신을 같이 안아주는 비타의 팔이 오늘따라 듬직하게 느껴진다. 정말, 찬성씨 없었으면 나 너무 우울하게 살았을 거야. 역시 알파 답게 살지 못했을 거란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점이 더 비타 답다. 괜찮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그들은 그들 대로 헤쳐나가면 된다. 그 왕자라는 사람이 설마 그 정도 해결 방법도 마련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서로의 등을 토닥이는데 문득 머리로 남은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비렛의 결과를 아무도 듣지 못했다. 베타들과 두 알파의 시선이 이번엔 비렛에게로 향했다. 너는, 그래서 무슨 색이니? 조심스럽게 묻는 질문에 비렛이 제 키트를 빤히 들여다보며 대답한다.

“노란색.”

정적이 흘렀다.